주저리주저리

2010/08/29 11:06
요즘 책이라곤 쳐다보지도 않는 나를 보면서 내가 "성장형"인간에서 "생산형"인간으로 변모되었음을 느꼈다. 이제 더이상 클 때가 아니라 어쩌면, 이젠 지금까지의 것들을 쏟아부어야 하는 걸까. 난 아직 아는 것도 없는데..
책을 읽고 싶어도 끊임없이 다가오는 일의 압박이 나를 책에서 멀어지게 한다. 휴우. 나도 다른 "학생"들처럼 "공부하는 학생"이 되면 안될까?

서울로 출발은 월요일, 지금은 토요일, 해야할 일은 아직 산더미.  항상 나는 이렇게 벼락치기로 일을 해 나가더라. 문제는 항상 이렇게 해서 성공한다는 건데 그렇기 때문에 더 여유를 가지고 평소에 일을 끝내놓지 못한다. 일을 먼저 끝내놓으면 책을 마음편히 읽을 수 있을텐데...
"푸코에게 역사의 문법을 배우다"는 산 후로 두 달동안 서울에서 미국으로, 미국에서 서울로 이동하면서도 중간 이상으로 페이지가 넘어가지 않는다. 아무래도 책은, 서울가서 처음부터 다시 읽어야 할 듯.

창밖으로 보이는 저 파란 하늘이 내가 관측을 했던 금요일마다 열려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오늘은 그저 휴일인데 말야... 내가 관측하던 금요일은 항상 비가오거나 구름이 끼거나 망원경이 고장났다. 팀 선배가 만들고 수정하던 프로그램은 끊임없이 벌레를 뱉어내는데 이젠 그만 정리하고 가야한다니 걱정이 앞선다. 아무리 완벽한 프로그램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해도 이건 좀 심하다. 처음부터 내가 짰으면 정말 끝까지 붙잡고 할텐데 디버깅은 언제나 그렇듯 그저 "뒤치닥거리"하는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공은 첫 제작자가, 뒤따라가는 사람은 그저... 휴우; 디버깅은 티도 안난다. 직접 사용자가 아니고서야 버그가 있는지조차 관심 밖일 것 아닌가?

서울에 가면 기숙사를 정리하고 그 다음날은 곧장 개강. 이건 뭐 나에게 방학이라곤 6월 23일 종강한 이후 일주일 간 뿐이구나. 뭐, 저번학기 열심히 놀기도 했으니 괜찮긴 하다만... 좀 아쉽고, 다음학기부턴 교수님이 안식년으로부터 오셨으니 진짜 바빠질텐데 걱정스럽다.

내일은 아침에 교회에 다녀온 후에 분광기 마지막 버그 테스트를 혼자 천문대에 올라가서 해보고, 작성하던 작동 매뉴얼을 마저 작성해야겠다. 서울서 출발하던 날도 짐싸느라 밤을 샜는데 아마 여기서 출발하던 날도 마찬가지 상황이 될 것 같다.

아! 가기전, 동생 "스트링 치즈"선물도 사야하는데 ㅜㅜ;; 할일 많다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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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 산타크루즈에서 일주일간의 여름학교 마지막 날에 거기서 사귄 캐나다 친구와 걷다가 너구리 가족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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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미와 새끼들인 것 같은데 어미는 우리를 발견하고 성급히 피했지만 새끼들은 무엇도 모르고 카메라를 응시한다.
ㅎㅎ 귀엽기 이를데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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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크루즈의 아침

2010/08/18 18:22
여름학교가 UCSC에서 있어 일주일간 갔다왔다. 외진 곳이라서 샌프란시스코로 간 후 차로 다시 이동을 해야했지만 LA와 비교해 너무나 아름다운 풍경들에 감탄을 하며 힘듬을 모르고 갔다온 것 같다. 산 속에 폭 파묻혀있는 캠퍼스는 정말 아름답기 이를데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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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퍼스에 들어오는 곳에는 너른 들판이 펼쳐져있고 사슴이 뛰논다. 아침마다 내리는 부슬비 사이로 사슴이 풀을 뜯고 아무리 달려도 지치지 않을 만큼 아름다운 나무들과 아침을 맞이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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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사진으로 나무들의 크기를 짐작할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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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이런 곳에 있으면 공부가 잘 안될 것 같다. 지인의 말로는 UCSC학생들이 공부를 안한다고 한다. 이유인즉, 학교에서 조금만 나가면 바다고, 서핑을 즐길 수 있고, 학교 내에도 너무나 좋은 시설들이 되어있기 때문이라는데... 너무 좋은 환경은 오히려 공부에 독인건가?
서울대는 완전히 샌프란시스코 도시와 별반 다를 바 없는 인구밀도를 가진 것 같은데... 이런 캠퍼스가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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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로 영화보러가기

2010/08/05 06:21
어제 하루종일 공부를 하다하다 안되서, 이런날은 영화나 봐야한다며 오후 3시에 주섬주섬 짐을 챙겨서 lodge를 나섰다. 호수 가운데에 천문대를 지어놓았는데 호수 건너편에 다운타운이 있다. 직선거리로는 1km가 되려나. 그런데 기다란 호수를 빙 둘러 가야 반대편 다운타운에 이를 수 있다.
45분동안 쉼없이 패달을 내리밟아 영화관에 닿았다. 영화의 선택은 요즘 한창 말이 많았던 인셉션. 영어공부좀 해야겠다. 액션영화는 말도 쉽고, 스토리 전개가 다 보이기 때문에 쉽게 이해할 수 있었는데 인셉션은 말로 상당히 많은 양의 스토리가 소화되고 있어서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다. 왜 주인공이 무의식의 층까지 내려갔어야했는지, 왜 그 부잣집 아들을 납치했어야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ㅜㅜ;; 어쨋든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저주는 영화였고, 그것만으로도 만족스러운 영화였다.
확실히 bigbear city는 관광도시라서 그런지 다운타운에는 gift shop이 많았고 우리나라와 달리 각 샵들이 특이하고 재미있었다. 하지만 터키친구-친구라고해도 나이가 40에 들어간다;-가 나와 중국친구-친구라고 해도 직분이 professor다-를 위해 스페셜 요리를 준비한다고 했기 때문에 곧장 자전거를 밟아 숙소로 돌아왔다. 다음에 꼭 가봐야지.
빅베어 노을

매일 보는 하늘이지만 매일매일이 다르다.


빅베어의 노을은 정말 아름답다. 하늘이 높아서-파래서-거기에 붉은 빛 물이 들면 정말 오묘한 빛으로 바뀐다. 하루종일 강을 오가던 배들은 선착장에 발을 담그고 오리들도 더 유유히 헤엄치고, 큰 물고기들은 저녁식사를 위해 물 위로 뛰어오른다. 밤이 더 깊어지면 호수 위로 별빛이 맺혀지는데 정말 그렇게 아름다울 수 없다.
서울의 분주함 속에 있었던 지난 6개월간 많은 것을 잃었다.  작은 것에 행복해하는 법이라든지, 감사하는 법이라든지. 그렇기에 나에게 이곳에서의 기간을 주신 것 같다. 정제되고, 순수하게 생각하도록. 이렇게 하지 않으면 나를 원상태로 돌리는 것은 너무 힘든 일일지도 모르겠다.
감사하게도 아직 이런 것들이 아름답다고 바라볼 수 있는 눈-시야,시선-을 가지고 있다. 작은 것 하나도 볼 수 있고, 기뻐할 수 있는 것, 참 행복하다. 두 달을 하늘과 가까운 이 곳에서 지낼 수 있다는 것.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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